SNS 유포 협박의 진실: 인스타그램이 인질이 된 5초의 비극
1. 타지에서의 외로움, 언어 교환 앱에서 시작된 인연
“해외로 교환학생을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친구도 없고 외로웠습니다. 그저 현지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순수한 목적이었습니다.”
나는 20대 중반의 대학생이다.
부푼 꿈을 안고 교환학생으로 타지에 왔지만,
낯선 환경 속에서 뼈저린 외로움이 찾아왔다.
현지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 언어 교환 어플을 켰다.
대화를 나누던 상대는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다'며
내게 개인 SNS 계정을 요구했다. 일상적인 교류라 생각했던 그 가벼운 수락이
내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Q. 가해자와는 처음에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A. 데이팅 어플이 아닌 외국인 언어 교환 어플에서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주고받아 얘기하자고 해서 자연스럽게 넘어갔습니다. 평소에는 낯선 사람과 교류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교환학생을 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친구도 없고 외로움이 커서 흔쾌히 응했던 것 같습니다.
Q. 주로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셨나요?
A. 처음에는 일반적인 언어 교환 목적대로 각자의 문화나 일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가해자가 조금씩 성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 "해킹 앱이 없었기에 의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링크를 주거나 어플 설치를 요구했다면 바로 피싱임을 알아챘을 겁니다. 그저 인스타그램 계정을 교환했을 뿐인데 협박의 무기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몸캠피싱이라는 범죄에 대해 뉴스나 기사로 접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의 피싱은 출처 불명의 링크를 누르거나
악성 APK 어플을 다운로드받아 스마트폰이 해킹당하는 방식이었다.
상대는 어떠한 링크도 보내지 않았고 어플 설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일상적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공개된 팔로워 목록이 인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 맹점이 내 경계심을 완벽히 무너뜨렸다.
Q. 대화를 나누며 가해자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끼진 못하셨습니까?
A.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피싱 수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통 어플을 설치하거나 링크를 공유받는 식의 해킹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저처럼 그냥 단순하게 인스타 계정을 주고받은 적은 일상적인 일이다 보니, 거기서 팔로우되어 있는 목록을 가지고 협박한다는 발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 의심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링크나 어플 설치를 요구했다면 바로 알아챘을 겁니다.
Q. 영상통화는 어떤 경위로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A. 대화 도중 가해자가 다짜고짜 자기가 성적 행위를 하는 모습을 봐달라며 영상통화를 걸어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요구였지만, 당황한 채 무의식적으로 통화를 받아주고 말았습니다.
3. 본능적인 경계와 5초의 비극, 그리고 협박
“이상한 낌새를 느껴 얼굴은 철저히 숨겼습니다. 하지만 성기를 노출하자마자 통화가 끊겼고, 카카오뱅크 외화 송금 요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영상통화가 연결되자 상대방 화면의 화질이 조잡하고 몹시 이상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 기이하다는 느낌을 받아,
상대의 요구에도 내 얼굴만큼은 카메라에 비추지 않고 성기 부위만 짧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불과 5초 남짓 지나자 통화는 기습적으로 잘려 나갔다.
직후 상대는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 목록을 보내며 돈을 입금하라고 압박했다.
뇌가 정지한 듯한 수치심과 공포 속에서,
나는 필리핀 계좌로 두 차례에 걸쳐 70만 원을 송금해야만 했다.
Q. 영상통화 당시 상황과 본인의 대처는 어떠했습니까?
A. 화면 화질도 안 좋고 상황 자체가 너무 낯설어서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가해자가 얼굴을 보여달라고 유도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얼굴은 절대 안 보이게 피하고 성기만 잠깐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여주자마자 바로 영상통화가 꺼졌습니다.
Q. 가해자의 협박과 금전 갈취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A. 통화가 끊어지고 나서 인스타그램 팔로워 리스트를 보여주며 돈을 보내라고 협박했습니다. 외국인 조직이었는지 필리핀 쪽 계좌로 카카오뱅크 외화 이체를 하라고 하더군요. 한 번만 보내면 된다더니 입금을 확인하자마자 또 보내라고 독촉했습니다. 결국 두 번에 걸쳐 70만 원 정도를 보냈고, 계속 이러겠구나 싶어 가해자를 차단하고 계정을 다 지웠습니다.
4. 사회적 매장의 공포, 그리고 마비된 이성
“내 이미지가 망가질 것이라는 공포가 가장 컸습니다. 평소 몸캠피싱을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당하니 이성적인 판단이 완전히 정지해 버렸습니다.”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그 영상이 유포되어
내 사회적 이미지가 완전히 파탄 날 것이라는 공포가 온몸을 짓눌렀다.
평소 피싱 범죄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그 덫에 걸려들자 모든 이성적인 사고가 멈춰버렸다.
극심한 불안감 속에서 며칠 동안 일상에 손을 대지 못한 채,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의 피해 사례만
미친 듯이 뒤져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Q.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 어떤 감정이 가장 크게 들었습니까?
A. 가해자가 협박한 수단이 인스타그램이었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연락이 가서 저에 대한 이미지가 망가질 것이라는 점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너무 불안해서 며칠 동안은 그 일에만 신경을 쏟으며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다른 피해자분들이 올려놓은 글을 다 찾아봤습니다.
Q. 사건 당시를 돌이켜볼 때 가장 후회되거나 고통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몸캠피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막상 그 순간이 되니까 사고가 정지되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수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심했던 제 모습이 너무 후회스럽고 괴로웠습니다.
5. 되찾아가는 일상, 그리고 가해자들을 향한 엄벌의 촉구
“시간이 흐르며 스스로를 다잡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반드시 엄벌을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초반 한 달 남짓은 불안함과 수치심에 지인들과의 연락조차 피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도망쳐 살 수는 없었다.
다행히 기술적 조치와 대응을 거치며
지인들에게 영상이 유포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나는 조금씩 마음을 다잡았다.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는 그날의 상흔이 남아있지만,
나는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평범했던 내 삶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Q. 현재 일상생활 및 심리 상태는 어떠하십니까?
A. 처음 한 달은 사람들이나 지인들과 연락하는 것을 일부러 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유포가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지금은 마음을 추스르고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스스로를 다잡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머리로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막상 당하면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하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피해를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의 일상을 무참히 짓밟은 가해자들이 반드시 엄벌을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